물이 차오른다던 말은 거짓이었다
다 떠난 동네엔 잘못된 말뚝만 덩그러니 남고
망가진 길엔 폐허만이 떠다녔다
고향은 그렇게 황당함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 해 여름 감나무집 아들은
새로 생긴 길 위에서 교통사고로 즉사하고
서울간다 떠났던 삼거리 점빵집 딸내미는
돈 대신 백일 지난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
그네들의 삶과 흔적은
영문도 모른체 잘못된 인생으로 조각나고
호수엔 영문도 모르는 유람선이 떠다니고
점빵 딸내미는 영문도 모르는 승선권을 팔아먹고
부쩍 커버린 아이는 영문도모르는 밥을 먹는다
사는 것이 영문없다
서울로 우리 누나 기차 타던 날
아침부터 내린 비는 순결하지 않았다
기속소리에 잠시 멈춘 개구리는
이내 떠나갈듯 울어 제치고
개구리운동장은 흥건하게 젖었다
예쁜 우리 누나는
멋진 로봇장난감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아이는 로봇을 가지고 개구리운동장엘 갈 것이며
로봇은 지난 시간을 청소할 것이다
철길이 새로 깔리고
이젠 개구리도 운동장도 없다
그리고
누나도 없다
말라붙은 마늘밭같은
그의 뒷덜미를 보다
슬픈 생각이 들었다
강철같은 뇌를 가진 그였기에
하얗게 바래가는 그의 뒷덜미는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는 세월에
한숨짓게 한다
이제 비록 대롱만 남았어도
땅속 알알이 박힌 마늘처럼
그에겐 향기가 남았다
마른 마늘밭같은 뒷덜미는 슬프다
그래서 아름답다